불법 개조·소음 단속은 강화… 정작 점검·정비는 사각지대
법제도 없는 정비 현실, 안전관리 ‘운전자 책임’에 떠넘겨져
오토바이 단속은 날로 강화되지만, 차량 자체의 정비나 점검을 의무화한 법적 기준은 여전히 없다. 제도 공백 속에서 안전관리 책임이 온전히 운전자에게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도로에서 불법 개조 오토바이 단속이 잇따르고 있다. 강한 배기음, 번호판 불법 부착, 방향지시등 미점등 등의 위반 사례에 대해 경찰은 상시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2024년부터는 ‘소음 감지 카메라’와 ‘스마트 단속 시스템’까지 도입돼 단속 범위와 정밀도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오토바이 자체의 정기 점검이나 안전 검사에 대한 제도적 기준은 없다. 자동차와 달리 오토바이는 구매 이후 검사 의무 없이 운행이 가능하며, 정비는 전적으로 운전자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현재 국내 도로교통법과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에 대해서는 정기검사, 배출가스 검사, 의무 정비 등 다양한 안전 관리 조항을 두고 있다. 반면 이륜자동차에 대해서는 신차 등록 시만 구조확인 검사를 거칠 뿐, 이후 안전 점검 규정은 전무한 상태다.
이는 주행 특성상 사고 위험이 더 높은 오토바이가 오히려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제도 공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이륜차 관련 사고 중 차량 결함이 원인인 사례는 전체의 14.8%에 달했다.
정비 기준이 없다는 점은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체감된다. 특히 배달 업계에선 운행 시간과 거리가 일반 차량보다 훨씬 긴 데도 불구하고, 정비 이력 관리 시스템이나 주기적 점검 체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한 플랫폼 라이더는 “브레이크 마모가 심한 줄도 모르고 운행한 적이 있다”며 “차라리 배기음은 단속하면서 제동장치는 확인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라이더는 정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관리만 하고 있으며, 일부는 온라인 중고거래를 통해 점검 이력이 없는 오토바이로 장거리 배달을 소화하는 상황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실을 이륜차가 ‘운송수단’이자 ‘업무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레저용 기기’로 분류돼 있는 정책적 시각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자동차는 정비 의무와 점검 주기가 체계화돼 있는 반면, 이륜차는 제조사 가이드라인에만 의존하고 있어 기준도 일관되지 않다.
또한 현재 운행 중인 오토바이의 상당수는 배달용으로 쓰이지만, 정비 내역이 데이터베이스화되지 않아 사고 이후에도 차량 상태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거나 소명할 수 없는 구조다. 이는 사고 책임 규명이나 보험 처리 과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일부 지자체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배달 오토바이 정기 점검 캠페인’을 시범 운영 중이다. 서울 마포구는 올해부터 지역 내 배달 플랫폼과 협력해 분기별 무상 정비 데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오토바이 수리점 10곳과 제휴해 정비 인증을 받으면 사고 보험료 일부를 할인해 주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국토부 역시 2025년부터 배달 전용 이륜차에 대해 “선택형 정비 이력 등록제” 도입을 예고하고 있으나, 의무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오토바이에 대한 ‘단속은 강화’되지만, ‘정비는 방치’되는 현 제도는 균형을 잃은 정책 운영의 결과로 지적된다. 운전자의 책임만 강조하며 정비와 안전관리 체계를 제도화하지 않는다면, 사고 예방보다는 사고 이후의 책임 논쟁만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륜차를 단속 대상이 아닌 ‘도로 위의 교통 주체’로 인정하고, 정비 기준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교통안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공정한 책임 구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