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포뮬러 원)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 요소로 흔히 엔진과 드라이버가 꼽힌다. 그러나 실제 레이스 현장에서 승패를 가르는 ‘숨은 주역’은 바로 타이어다. 단순히 차량을 굴리는 고무 바퀴가 아니라, 타이어는 차량 성능과 전략을 좌우하는 결정적 부품이자 F1 특유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일반 타이어와 전혀 다른 F1 타이어
일반 자동차 타이어가 수만 km를 주행할 수 있는 반면, F1 타이어의 수명은 단 50~100km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춘천을 오가기에도 부족한 내구성인데, 한 세트 가격은 수천만 원에 달한다. 이는 내구성보다 접지력 극대화와 성능 발휘에 초점을 맞춘 특수 설계 때문이다.
타이어는 고무 혼합 비율, 즉 ‘컴파운드’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현재 F1에서 사용되는 드라이 타이어는 가장 단단한 C1부터 가장 부드러운 C6까지 나뉘며, 상황에 따라 소프트·미디엄·하드로 지정된다. 슬릭(slick) 타이어는 홈이 없어 젖은 노면에서 사용할 수 없기에, 비가 오면 배수 기능이 있는 ‘인터미디엇’ 또는 ‘풀 웨트’ 타이어로 교체된다.

역사 속 타이어 전쟁과 ‘악몽의 인디애나폴리스’
F1 초창기 타이어는 지금처럼 고성능이 아니었다. 1970년대 들어 슬릭 타이어와 레이디얼 구조가 도입되며 드라이버들은 한층 과감한 주행이 가능해졌다. 이때부터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들의 ‘타이어 전쟁’이 시작됐다.
대표적 사건이 2005년 미국 그랑프리다. 미쉐린 타이어를 사용하던 팀들이 고속 코너에서 연쇄 파손 문제를 겪자, FIA가 안전 대책을 거부했고 결국 20대 중 14대가 경기를 포기했다. 단 6대만 출전한 이 레이스는 ‘F1 역사상 최악의 경기’로 기록됐다. 이후 FIA는 단일 공급 체제로 전환해 현재까지 피렐리가 독점 공급을 이어가고 있다.

피렐리 전략 시대: 예측 불가의 묘미
피렐리가 공급을 맡은 이후 FIA는 “한 세트로는 완주 불가능한 타이어”를 주문했다. 이는 인위적으로 피트스톱을 유도해 경기 흐름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각 팀은 그랑프리마다 소프트 8세트, 미디엄 3세트, 하드 2세트를 배분받으며, 우천 시 인터미디엇과 웨트 타이어가 추가된다. 소프트는 빠르지만 수명이 짧고, 하드는 오래가지만 성능이 떨어진다. 결국 각 팀은 전략적으로 어떤 타이어를 언제 교체할지를 치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승부를 바꾸는 ‘언더컷’과 ‘오버컷’
타이어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교체 타이밍이다. ‘언더컷(Undercut)’은 추격 차량이 먼저 피트스톱을 단행해 새 타이어로 빠른 랩타임을 기록, 앞선 차량을 추월하는 전략이다. 반대로 ‘오버컷(Overcut)’은 교체를 늦춰 상대가 피트스톱 중일 때 빠른 랩을 기록하며 순위를 끌어올린다.
실시간 데이터와 날씨, 트래픽까지 고려해 타이밍을 결정하는 타이어 전략가는 각 팀의 ‘숨은 두뇌’라 불린다. 단 0.3초의 피트스톱 지연이 순위를 바꾸는 경우도 흔하다.
팬들을 열광시키는 타이어의 변수
타이어 전략은 종종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2024년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 샤를 르클레르는 하드 타이어 원스톱 작전으로 끝까지 선두를 지켜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반대로 타이어 관리 실패로 우승을 놓친 사례도 수없이 많다.
결국 F1에서 타이어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다. 레이스 흐름을 설계하는 ‘전략의 심장’이자, 팬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선사하는 최고의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