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무대에서 명문 팀을 꼽으라면 많은 팬들이 페라리, 맥라렌, 메르세데스를 떠올린다. 그러나 양산차는 단 한 대도 만들지 않았음에도, F1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전설적인 팀이 있다. 바로 ‘윌리엄스(Williams)’다.
한때 F1 챔피언십을 지배하며 ‘왕좌’에 올랐던 윌리엄스는 현재 중하위권 팀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레이스 팬들에게는 여전히 ‘근본 팀’으로 불리며 특별한 기억을 남긴다.

창립자 프랭크 윌리엄스의 집념
윌리엄스 팀의 역사는 곧 창립자인 프랭크 윌리엄스의 삶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1960년대 아마추어 드라이버이자 정비공, 부품 판매상을 거쳐 1969년 결국 자신만의 F1 팀을 세웠다. 뒷마당에서 중고 부품을 모아 차를 제작한 그의 팀은, 대형 제조사들의 공세 속에서도 독립팀의 상징이 됐다.
1976년 경영난으로 한 차례 팀을 매각했지만, 프랭크는 포기하지 않았다. 영국 옥스퍼드셔의 낡은 창고에서 새롭게 출발한 ‘윌리엄스 그랑프리 엔지니어링’은 1979년 영국 그랑프리에서 첫 우승을 거두며 마침내 F1 강자로 떠올랐다.
황금기와 불운
1980년, 윌리엄스는 드라이버·컨스트럭터 부문 더블 챔피언에 오르며 F1 정상을 정복했다. 이어 1980년대 초반까지 여러 차례 타이틀을 거머쥐며 ‘챔피언 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86년, 프랭크 윌리엄스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입는 불운을 겪는다. 하지만 그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다시 패독에 복귀했고, 같은 해 팀은 나이젤 만셀과 넬슨 피케의 원투 피니시로 우승을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기술 혁신과 1990년대 최전성기
윌리엄스는 F1 공기역학 발전을 주도했다. 풍동 실험과 함께 트랙션 컨트롤, ABS, 반자동 변속기, 액티브 서스펜션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에이드리언 뉴이(Adrian Newey) 영입 이후 제작된 머신은 1992년 나이젤 만셀을 챔피언으로 만들며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시즌’으로 기록됐다. 이후 알랭 프로스트, 데이먼 힐, 자크 빌뇌브가 차례로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윌리엄스는 1990년대에만 다섯 차례 컨스트럭터 챔피언을 차지했다.
쇠퇴와 몰락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에어로 다이내믹스 규정 변화, 알랭 세나의 사망 사고, 핵심 엔지니어 이탈 등 악재가 겹치며 2000년대 들어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2010년대에는 최하위권으로 전락했고, 팀은 ‘커리어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2019년에는 200억 원대 손실을 기록하며 스폰서마저 등을 돌렸고, 결국 2020년 윌리엄스 가문은 팀을 매각했다. 미국계 펀드 ‘도릴튼 캐피털’이 새 주인이 됐다.
재도약의 발판
새로운 리더십 아래 윌리엄스는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2022년부터는 꾸준히 포인트를 획득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특히 2023년, 메르세데스 출신 전략가 제임스 바울스가 팀 수장으로 합류하며 체질 개선이 본격화됐다.
최신 시뮬레이터와 공장을 구축하고, 장기적인 드라이버 육성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한 윌리엄스는 과거의 명성을 단순히 추억하는 것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중이다.
사인츠·알본, 새로운 도전
현재 윌리엄스의 드라이버 라인업은 F1 팬들에게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 페라리 출신으로 안정적인 레이스 운영 능력과 꾸준함이 강점. 윌리엄스에서 ‘팀을 키우는 도전’을 선택했다.
- 알렉산더 알본: 레드불을 거쳐 2022년 윌리엄스로 복귀한 이후, 중위권 차로도 꾸준히 Q3 진출을 기록하며 팀의 ‘숨은 보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윌리엄스는 1970~90년대 챔피언십의 주역에서 한때 몰락의 길을 걸었지만, 여전히 “레이스를 위해 존재한다”는 창립자 프랭크 윌리엄스의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시즌 들어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윌리엄스가 과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전 세계 F1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