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그랑프리에서 단 몇 초 만에 승부가 갈리는 장면이 있다. 바로 피트 스톱(Pit Stop)이다. 레이스카가 피트 레인에 진입해 타이어를 교체하고, 때로는 손상된 파츠까지 정비한 뒤 다시 트랙으로 나서는 이 과정은 경기 전략의 핵심이자 팀워크의 집약체다.
피트 스톱, 왜 꼭 필요할까?
F1 규정에 따르면 한 레이스에서 최소 두 가지 종류의 타이어 컴파운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프트 타이어로 출발했다면, 경기 중에는 미디엄이나 하드 타이어로 교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모든 드라이버는 1회 이상의 피트 스톱을 필수적으로 거친다.

철저한 규칙과 위험 요소
피트 진입로인 피트 레인(Pit Lane)에는 시속 60~80km의 제한 속도가 설정된다. 이 구역에서 과속할 경우 드라이브 스루 패널티나 스톱 앤 고 페널티가 부과된다.
또한 피트 레인 복귀 시 ‘언세이프 릴리즈(Unsafe Release, 위험한 출발)’가 발생하면 페널티가 주어진다. 실제로 여러 차례 팀의 실수로 충돌 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20여 명의 ‘크루’가 만드는 3초의 기적
한 번의 피트 스톱에는 평균 18~22명의 크루가 동원된다.
- 잭맨(Jackman) : 차량을 앞뒤에서 들어 올린다.
- 타이어 크루 : 각 바퀴에 3명씩 투입돼 타이어 탈착을 담당한다.
- 윙맨(Wingman) : 프론트 윙 교체 및 각도 조절을 맡는다.
- 신호수(Signalman) : 출발 가능 여부를 지시한다.
특히 타이어 교체를 위한 휠건은 최대 15,000rpm, 4,300Nm의 토크를 발휘하는 고성능 장비다. 개당 가격은 2만 달러(약 2,600만 원)에 달한다.

전략의 핵심, 언더컷 vs 오버컷
피트 스톱은 단순한 정비가 아니라 전략이다.
- 언더컷(Undercut) : 상대보다 먼저 타이어를 교체해 새 타이어의 성능으로 추월을 노린다.
- 오버컷(Overcut) : 교체를 늦춰 트랙에서의 속도를 유지하다가 나중에 역전 기회를 잡는다.
또한 두 대의 팀카가 연속으로 피트 스톱을 진행하는 더블 스택(Double Stack)은 난이도가 높지만, 성공하면 막대한 이득을 볼 수 있다.
기록과 에피소드
- 가장 빠른 피트 스톱 : 2019년 브라질 GP, 레드불 레이싱 – 1.82초
- 가장 느린 피트 스톱 : 2021년 모나코 GP, 메르세데스 – 42시간 15분 (너트 파손으로 바퀴를 빼내지 못한 사건)
급유가 가능했던 시절에는 화재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장비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 채 출발해 ‘아나콘다 사건’ 같은 해프닝이 벌어진 사례도 있다.
“3초가 경기 순위를 바꾼다”
팀 크루들은 경기 전 수십 차례 훈련을 반복한다. 어떤 팀은 한 시즌 동안 수천 번의 피트 스톱 훈련을 실시한다.
크루들의 연봉도 상당하다. 크루 치프는 연간 약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일반 크루도 15만 달러(약 2억 원) 수준을 받는다.
피트 스톱은 단순한 정비 시간이 아니라 전략과 기술, 사람과 장비가 완벽히 맞물려야 가능한 레이스의 관문이다. 불과 2~3초의 차이가 우승과 패배를 가를 수 있기에, 팬들에게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레이스라 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