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에서 우승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강력한 성능의 머신, 뛰어난 드라이버의 기량, 전략적인 운영 등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꼽는 요소는 바로 타이어다.
타이어는 드라이버의 주행 스타일, 트랙 컨디션, 기온과 날씨까지 모든 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특히 F1에서는 타이어 선택과 관리, 그리고 피트스톱 전략이 경기의 향방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렐리, F1 타이어 독점 공급
현재 F1의 공식 타이어 공급사는 피렐리(Pirelli)다. 이탈리아 제조사인 피렐리는 2011년부터 독점 공급을 이어오고 있으며, 매 시즌 약 3만5천 개의 타이어를 각 팀에 제공한다. 연간 투입되는 비용만도 1,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F1 팀이 타이어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한다는 사실이다. 경기 후에는 사용한 모든 타이어를 피렐리가 회수하는데, 이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함이다. 심지어 서킷 노면에 남은 고무 찌꺼기까지 긁어내 수거한다.
드라이 타이어와 레인 타이어
F1 타이어는 크게 드라이(Dry) 타이어와 레인(Rain) 타이어로 나뉜다.
- 슬릭(Slick) 타이어: 표면에 트레드가 없는 매끈한 타이어로, 마른 노면에서 최상의 접지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빗길에서는 수막현상 때문에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 레인 타이어: 물을 배출하는 홈이 새겨진 트레드 패턴을 갖춰 빗길에서 사용된다. 상황에 따라 완전한 우천용(파란색 마킹)과 부분 젖은 노면용 ‘인터미디어트(녹색 마킹)’로 구분된다.

6단계 컴파운드와 3종 지정제
피렐리는 매 시즌 6가지 컴파운드(C1~C6)를 제작한다. 숫자가 낮을수록 단단한 ‘하드(Hard)’ 성격이고, 숫자가 높을수록 부드러운 ‘소프트(Soft)’ 성격이다.
- 소프트(빨간색): 접지력이 뛰어나지만 수명이 짧다. 주로 예선에서 빠른 랩타임을 내는 데 사용된다.
- 미디엄(노란색): 성능과 내구성의 균형이 좋은 다목적 타이어.
- 하드(하얀색): 내구성이 강해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지만 접지력이 떨어진다.
단, 모든 그랑프리에서 6종을 다 쓰는 것은 아니다. FIA와 피렐리가 사전에 3종만 지정한다. 예를 들어 바레인 GP에서 C1~C3이 지정되면, C3가 소프트가 되지만 다른 경기에서는 같은 C3가 미디엄이나 하드가 될 수도 있다. 즉, 상대적 기준에 따라 매 대회마다 의미가 달라진다.

18인치 시대의 개막
오랫동안 F1 머신은 13인치 휠과 두꺼운 타이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는 규정 변경으로 18인치 휠과 얇은 사이드월 타이어가 도입됐다.
- 변화 1: 타이어 직경이 660mm에서 720mm로 커지며 무게가 약 20kg 증가.
- 변화 2: 얇아진 사이드월로 인해 언더스티어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팀들이 세팅을 조정해 안정화했다.
- 변화 3: 더 넓어진 휠 내부 공간을 활용해 브레이크 냉각과 제동 시스템 발전에 기여.
타이어 온도, 승부의 핵심
F1 타이어가 제 성능을 발휘하는 온도는 평균 70℃ 이상이다. 이를 맞추기 위해 타이어 블랭킷으로 사전 가열하고, 경기 중에도 드라이버들은 좌우로 흔들거나 브레이크를 밟아 온도를 유지한다.
타이어가 차갑게 식은 상태에서는 접지력이 떨어져 추월을 쉽게 허용하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결국 타이어 온도 관리가 경기 흐름을 바꾸는 핵심 전략인 셈이다.
F1에서 타이어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다. 경기의 전략을 결정짓는 변수이자, 드라이버의 기량과 머신 성능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슬릭과 레인, 소프트와 하드, 그리고 온도까지. 타이어의 특성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곧 승부의 향방을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