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에서는 단순한 추월보다 전략적인 피트스톱이 레이스의 판도를 바꾼다. 언더컷과 오버컷, 두 가지 전략의 개념과 적용 조건을 통해 F1의 숨은 전략 싸움을 살펴본다.
순위보다 중요한 피트 타이밍, F1의 전술 싸움
F1 그랑프리는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선 전략의 게임입니다. 추월이 어려운 현대 F1에서는 실제로 많은 순위 변화가 피트스톱 전략을 통해 이뤄집니다. 특히 상위권 드라이버 사이에서는 차량 성능이 엇비슷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빠르게 들어가거나 더 늦게 피트에 들어가는 전략 하나로 순위를 뒤바꾸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 글에서는 피트스톱 전략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언더컷’과 ‘오버컷’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전략이 더 효과적인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분석해 보겠습니다.

타이어가 성능의 핵심인 이유
피트스톱 전략을 이해하려면 먼저 F1 타이어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F1에서는 마른 노면용 타이어로 소프트, 미디엄, 하드 세 가지 컴파운드를 사용합니다. 소프트 타이어는 접지력이 뛰어나 빠른 랩타임을 제공하지만 마모가 빠르고, 하드 타이어는 내구성이 좋지만 속도가 떨어집니다. 미디엄은 이 중간 성능을 지닌 균형형 타이어입니다.
여기에 중요한 요소는 웜업 시간입니다. 새 타이어는 적절한 온도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며, 특히 하드 타이어는 성능을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됩니다. 이런 웜업 특성은 피트스톱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언더컷: 먼저 교체해 앞서 나가기
언더컷 전략은 뒤따르는 드라이버가 먼저 피트스톱을 하고 새 타이어의 성능을 이용해 빠른 랩타임으로 앞선 차량과의 격차를 줄인 뒤, 상대 차량이 피트아웃할 때 순위 역전을 노리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노란색 차량이 빨간색 차량을 따라가고 있지만 직접 추월이 어렵다면, 노란색 차량은 먼저 피트인하여 새 타이어로 빠른 랩을 돌며 시간 차를 확보합니다. 이후 빨간색 차량이 피트에 들어오면, 피트아웃 시점에 노란색 차량이 이미 앞서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것이 언더컷의 핵심입니다.

언더컷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필수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 새 타이어의 랩타임이 충분히 빠를 것
- 보통 앞차보다 랩당 0.5~1초 이상 빠를 때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 피트아웃 후 트래픽이 없을 것
- 새 타이어의 성능을 온전히 발휘하려면 앞 차량 없이 주행해야 합니다.
- 상대 차량의 타이어가 충분히 마모되었을 것
- 기존 타이어 성능이 떨어질수록 언더컷의 효과는 커집니다.
만약 피트아웃 이후 트래픽에 막히거나, 상대 타이어가 비교적 양호한 상태라면 언더컷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버컷: 늦게 들어가고도 이기는 전략
언더컷의 반대 전략인 오버컷은 말 그대로 상대보다 늦게 피트인하면서 시간을 벌어 역전하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현재 앞서 있는 드라이버가 먼저 피트에 들어가고, 남은 드라이버가 더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며 시간을 벌 수 있을 때 유효합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 차량이 먼저 피트에 들어가고, 노란색 차량이 클린 에어(앞 차량이 없는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주행해 랩타임을 단축하면, 결국 피트아웃 이후 빨간색 차량보다 앞서게 됩니다.

오버컷 전략의 핵심 조건
오버컷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 기존 타이어의 성능이 아직 유지되는 상황
- 오버컷을 시도하려면 드라이버의 페이스와 타이어 상태가 좋아야 합니다.
- 클린 에어 확보
- 앞 차량이 피트인한 뒤 주행이 방해받지 않아야 하며, 이로 인해 타이어 성능을 끝까지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상대의 웜업 시간 활용
- 먼저 피트한 차량은 웜업이 필요하므로 이 시간 동안 최대한 격차를 벌릴 수 있습니다.
언더컷 vs 오버컷, 어떤 전략이 더 유리할까?
이 질문에는 단순한 답이 없습니다. 실제 F1에서는 팀의 상황, 드라이버의 페이스, 타이어 상태, 트래픽 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시간으로 전략을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레드불은 막스 페르스타펜의 레이스 페이스가 좋을 때는 종종 오버컷을 활용해 이득을 보았고, 메르세데스는 루이스 해밀턴의 언더컷 성공 사례가 다수 존재합니다. 결국, 전략의 선택보다는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고 빠르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현대 F1에서 전략이 더 중요해진 이유
현대 F1은 차량 간 성능 격차가 줄어들었고, 서킷 특성상 추월이 어렵기 때문에, 피트스톱 전략은 점점 더 중요한 무기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DRS(드래그 리덕션 시스템)의 도입 이후에도 직접적인 추월은 여전히 리스크가 많기 때문에, 트랙 안이 아니라 피트박스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드라이버의 역할도 결정적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라도 이를 수행하는 건 결국 드라이버입니다. 피트 인과 피트 아웃 타이밍, 타이어 웜업 구간에서의 집중력, 트래픽 상황에서의 대응 등 모든 요소에서 드라이버의 실력이 전략의 성공 여부를 좌우합니다. 실제로 언더컷이나 오버컷이 모두 완벽하게 기획되었더라도 드라이버가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전략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그랑프리, 전략을 눈여겨보자
이번 글에서는 F1 피트스톱 전략 중 대표적인 언더컷과 오버컷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단순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화면 너머에는 복잡한 수학적 계산과 실시간 판단이 숨어 있습니다. 다음 그랑프리를 보실 땐 팀 라디오나 타이어 전략 변화에 주목해보세요. 경기의 진짜 재미는 순위표가 아니라, 전략 판에서 펼쳐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