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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면제의 정의를 먼저 해봅시다.

주권면제란, 국가가 특정한 국제조약 또는 국제기구의 규정에 따라 국내 법령의 효력을 제한하거나 면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권면제는 국가의 주권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고, 국제적인 법원이나 기구가 국내 법령을 평가하고 조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주권면제는 국제적인 협력과 국제적인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주권면제의 대표적인 예로는 국제사법재판소(ICJ)나 국제범죄재판소(ICC)와 같은 국제기구에서의 법적 분쟁해결이 있습니다. 또한, 국제인권조약과 같은 국제조약에서 국가는 국내 법령을 수정하거나 규제하는 것을 요구받을 수 있으며, 국내법에서 이러한 규정을 수용하여 국제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주권면제의 한 예시가 됩니다. 하지만, 주권면제는 국가의 자주성과 주권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므로 국가의 내부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논란이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주권면제 판결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1812년 The Schooner Exchange v. McFaddon 사건(Supreme Court of the U.S.)

1812년 The Schooner Exchange v. McFaddon 사건은 미국의 연방대법원에서 판결된 사건으로,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사건과 그에 따른 국가간의 관할권 문제를 다룬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1799년 10월,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주필라델피아 항에서 온 선박인 Schooner Exchange가 프랑스 정부의 명령으로 약탈되었던 사건입니다. 이후, 선박이 미국으로 되돌아와 약탈 피해자들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소송에서 연방대법원은 Schooner Exchange 선박의 외교사절면제권(즉, 대사관 건물 내에서만 유효한 면제권)을 인정하며, 미국 내에서 이러한 면제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프랑스 정부의 법적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약탈범들의 소유권과 행위가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사례로,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한 국가 간의 관할권 문제에 대한 법적 원칙을 확립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사건은 이후 국제법에서 법원의 관할권을 결정하는 데 있어 "대사관면제권"과 "국가주권" 사이의 상충 관계를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수립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 1981년 I Congreso호 사건 : 제한적 주권면제의 적용(House of Lord, U.K.)

1981년 I Congreso 호 사건은 영국의 House of Lords에서 다룬 사건으로, 제한적인 주권면제의 적용 범위를 논의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스페인의 I Congreso 호가 영국 해안에서 유람하던 중, 불시착하여 구조되었던 사건으로, 이에 대한 보험금 지급 문제가 논쟁되었습니다.이 경우, 영국 법원은 스페인의 대사관 면제권을 인정하였지만, 이 면제권이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즉, 대사관 면제권이 적용되는 범위는 대사관 건물 내에서의 일반적인 관할권에 한정되며, 대사관 밖에서는 주권면제의 적용 범위가 제한된다는 것을 결정하였습니다. 이러한 결론은 국제법에서 대사관 면제권과 국가주권의 상호작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원칙으로 받아들여지며, 이후 국제법에서 대사관 면제권의 적용 범위가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2-1. 제한적 주권면제 적용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례 : 대법원 1998. 12. 27. 선고, 97다 39216 판결

대법원 1998. 12. 27. 선고, 97다39216 판결은 제한적 주권면제의 적용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례 중 하나입니다. 이 사건은 외국인 기업이 대한민국에서 주식을 취득하였을 때 발생한 세금 이의 제기 사건으로, 외국인 기업이 대한민국 내에서 사업을 수행하면서 취득한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지 여부가 논쟁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대한민국의 세법상 외국인 기업이 대한민국 내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국제법에서 인정되는 제한적 주권면제의 적용 범위가 국내 세법상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국제법과 국내 법률 간의 충돌 문제를 해결하면서, 제한적 주권면제의 적용 범위가 제한되어 있음을 명확히 하였으며, 이후 국내 법률에서도 이에 따른 규정이 포함되게 되었습니다.

3. 1999년 칠레의 전직 대통령 피노체트에 대한 범죄인인도 사건(전직 국가원수의 면제권)

1999년 칠레의 전직 대통령 피노체트에 대한 범죄인 인도 사건은 전직 국가원수의 면제권 문제를 놓고 국제법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1973년 칠레의 군사쿠데타 이후 당시 대통령으로 있었던 피노체트가 인권 침해와 반인류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스페인 정부가 그를 인도하도록 칠레 정부에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칠레 정부는 피노체트가 전직 대통령으로서 면제권을 가지고 있어서 인도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 문제를 신청하였고, ICJ는 1999년 2월 2일 판결을 내려 전직 대통령의 면제권이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은 국제법상 전직 대통령도 범죄인 인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칠레 정부는 이 결정에 따라 피노체트를 인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였고, 이 문제는 이후 다시 불거지며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법상 전직 대통령의 면제권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4. 2012년 국가관할권면제사건(독일 v. 이탈리아): 주권면제와 강행규범 위반〔Jurisdictional Immunities of the State. Germany v. Italy(Greece Intervening)〕

2012년 국가관할권면제사건은 독일이 이탈리아 법원에 대한 소송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국가를 상대로 국가관할권면제를 주장하며 제기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탈리아의 과거 식민지인 리비아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와 관련한 소송이 독일 법원에서 제기되었습니다. 독일은 국가관할권면제 원칙에 따라 이탈리아 국가에 대한 소송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국가가 범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국가관할권면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결과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주권면제와 강행규범 위반 문제를 놓고 논의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국가관할권면제 원칙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이지만, 이 원칙은 강행규범 위반과 같이 국가가 국제법상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범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국가관할권면제 원칙과 인권침해, 강행규범 위반 등의 문제를 다루었으며, 국제법상의 주권면제 원칙이 상대적 원칙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